회복이란 무엇일까?
우리 몸 안에 있는 지성에 조화를 이루어 균형을 다시 찾는 과정을 방해하지 않고 돕는 것을 말한다.
회복이라 하면, 넘어져 생긴 피부 상처가 치유되고 부러진 뼈가 다시 붙은 모습이 떠오른다. 몸살로 열이 나고 식은땀을 흘리던 사람이 하룻밤을 잘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회복은 넘어지고 뼈가 부러지고 몸살이 걸려야만 일어나는 과정은 아니다. 우리 몸은 매일매일 손상을 받고 외부의 침입을 받는다. 각막 세포와 구강 내 세포, 위장 벽의 세포들은 제 역할을 짧은 시간 내 하고 떨어져 나온다. 빈자리를 새로운 세포로 메꾼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고 4달이 지나면 비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골수에서는 새로운 적혈구를 내보낸다. 우리 몸은 1초마다 380만 개의 세포를 교체한다. 하루에 3300억 개의 세포를 바꾼다. 몸 전체 세포의 1%를 약간 넘는 수치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이러한 과정도 회복이다. 피부의 상처, 뼈의 골절, 몸살이 낫는 과정은 우리가 느낄 수 있다. 드물게 난치병과 암에서 벗어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들도 회복의 과정을 겪는다. 우리는 매일 회복하고 있으며 회복의 강도는 느끼지 못할 정도의 약함에서 삶이 흔들릴 정도의 강함까지 다양하다.
회복의 과정은 손상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수준의 1차원적인 과정이 아니다. 부분을 단순히 바꾸는 과정이 아닌 새로운 창조 과정이며 예술과도 같다. 우리 몸은 하나의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몸은 2개의 세포가 만나 융합하여 분열을 반복하여 30조 개 이상의 세포들로 늘어난다. 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지식'과 '지혜'에 따라 저마다의 구역에서 고도로 분화하여 기관을 이룬다. 심장, 뇌, 폐, 간, 위와 소장, 대장 등 각자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 기관들은 모여서 시스템을 이룬다. 혈액의 순환을 전담하기 위해 심장, 동맥, 정맥, 모세혈관, 림프관이 모여 순환계를 이룬다.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기 위해 상기도, 하기도, 폐가 모여 호흡계를 이룬다. 음식물의 영향을 흡수하고 해독하기 위해 식도, 위, 소장, 대장, 간이 모여 소화기계를 이룬다. 혈액을 정화하기 위해 신장, 방광, 요관이 모여 비뇨기계를 이룬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뇌, 척수, 말초신경들이 모여 신경계를 이룬다.
이러한 세포들과 기관들은 레고블록들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지 않다. 순환계와 호흡계, 신경계와 소화계, 모든 시스템이 서로가 서로를 침투하고 있다. 서로서로 깊은 깍지를 끼듯이 서로가 서로를 안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내부를 관통하고 있어서 구조를 이루고 한 지역에서 마을을 이루듯이 서로 도와가며 지낸다. 그리고 자신의 맡고 있는 전체 시스템의 일까지 하고 있다. 아버지는 건축가이며 어머니는 전화 교환원이며 아들은 경찰이고 딸은 레스토랑 주인인 가정과 같다. 한 집에서 서로 맞붙어서 서로를 의지하며 지낸다. 하지만, 건축가가 필요한 순간에는 아버지가,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순간 어머니가, 외부 침입자가 공격 시에는 아들이, 전신에 영양을 공급해야 할 때는 딸이 그 역할에 맞게 움직인다.
기능도 일차원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종이컵 전화기처럼 여기서 목소리를 내면 실을 통해 반대편 종이컵에 도착하고 끝나고 마는 시스템이 아니다. 두개골 안에는 우주의 그 어떤 것보다 복잡한 기관이 있다. 바로 뇌(brain)이다. 뇌에는 1,000억 개 정도의 뇌세포들이 있다. 이들 세포는 각각 수만 개의 세포와 연결된다. 이 연결의 조합은 수백조 개 정도이다. 수백조 개는 은하계에 있는 별들보다 1,000 배나 많은 숫자이다. * 우리는 수백조 개의 네트워트에서 전기 신호들이 번쩍이고 30조 개의 세포들이 각 구역에서 서로 얽혀 있는 몸 안에 거하고 있다. 세포들은 세포 내에서 수많은 화학반응들을 일으키면서 각 시스템에서 고도로 전문적인 일을 수행하면서도 각자의 생의 주기를 자각하고 있다. 자신의 역할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자신이 사라질 때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세포 자신을 스스로 보호해야 함을 알고 있지만, 몸 전체를 위해서는 목숨을 버려야 함도 알고 있다.
세포와 기관과 서로 상호 침투된 모습과, 연결의 조합으로 보면 우리 몸은 한 국가와 같다.
다음 상황을 상상해 보자.
어느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다.
누군가의 제보로 어느 건물에 있는 중요 자료를 훔치러 이웃 나라의 스파이가 온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경찰들은 미리 잠복하여 스파이를 잡기로 한다. 하지만 마침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과 공무원 사이에 실랑이가 생겨 일부 병력은 건물 쪽으로 가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경찰 내부에도 사기가 떨어져 있다. 경찰들은 업무가 너무 많은데 정부는 헌신하기만을 강요한다. 경찰 자신들을 충분히 대우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경찰들이 있는가 하면 첫 마음을 잃어버린 경찰도 있다. 부패한 경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스파이가 건물 내 들어오는 것을 끝내 막지 못한다. 스파이는 건물 중심에 있는 컴퓨터 내 자료를 USB에 담아 나간다. 빠져나가며 건물에 불을 지른다. 건물에 불이 나자 목격자가 119에 신고를 한다. 신고를 받고 소방서에서 소방차가 출동한다. 소방서도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 충분히 지원을 해주지 않아, 소방차의 숫자도 부족하고 소방차 자체도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어쨌든 가능한 소방차를 출동시킨다. 화재현장에 도착하여 물을 뿌려 불을 끈다. 동시에 건물 안에 미처 피신을 못한 사람들을 구한다. 불을 끄는 속도가 더디지만 최선을 다한다. 경찰들은 스파이가 아직 건물 안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경계를 한다. 어느 경찰이 검은 그림자를 보고 스파이라 생각해서 총을 난사한다. 그 그림자는 스파이가 아니었다. 난사된 총에 죄 없는 시민들이 다치고 사망했다. 멀쩡한 건물 주변의 시설이 파괴되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일단락된 후 화재와 경찰이 쏜 총으로 파손된 건물을 복구하기 위해 건설팀이 온다. 피해 정도를 살펴보고 부분 수리로 가능하다면 파손된 부분을 새로운 자재로 고친다. 피해가 크면 건물을 모두 허물어 버린다. 그 자리는 폐허로 남아 있거나 운이 좋으면 새 건물을 짓는다.
비슷한 경우가 우리 몸에서도 일어난다. 바이러스는 자신을 복제하는데 필요한 설계도는 가지고 있지만, 설계도에 따라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른 생명체의 공장을 빌려 써야 한다.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코와 인후부 점막 세포에 침투한다. 점막 세포에는 IgA라는 항체가 이들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몸의 주인은 최근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로 IgA를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 면역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양질의 음식도 먹어야 하는데 몸의 주인은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먹은 음식을 해독하기 위해 간(liver)은 할 일이 늘어났다. 뇌가 보내는 신호를 전신에 원활히 보내야 하는데 중간중간 신호전달에 오류가 생겨 정보과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고 있다. 그 상황에서 바이러스는 쉽게 세포 안으로 들어온다. 핵 내에 들어와 자신의 몸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RNA)을 장악해서 자신을 복제한다. 목적을 달성하고 세포막을 파괴한 후 바이러스들은 더 깊게 침투한다. 뒤늦게 도착한 백혈구, 림프구들은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는 항원들에게 총을 쏜다. 그 총들은 죄 없는 일반 세포들, 조직들까지 파괴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전투가 일어난 곳에서 재생작업이 일어난다.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항상 있으니, 이러한 일은 매일 일어난다. 잘 대처하느냐, 잘 대처하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면역과 관계된 세포는 일을 잘 하고 있을 때는 우리는 그 존재를 자각하지 못한다. 일을 잘하지 못할 때는 우리는 알아챈다. 발열과 통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회복은 전쟁 영화와 같이 외부의 적을 알아채고 싸우고 다시 재건하는 일이 다일까?
회복은 더 심오한 과정이다. 세포와 기관과 서로 상호 침투된 모습과, 연결의 조합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 물질계 너머에 또 다른 차원이 겹쳐져 있다. 마치 겹겹히 쌓여 있는 케이크처럼 여러 차원이 있다. 어스름한 무대 위에서 꼭두각시 인형들만 보이지만 조명을 조금 더 밝게 하면 꼭두각시들 팔과 다리에 이어진 실들이 빛에 반짝인다. 시선을 조금 더 올려보면 그 실들을 붙잡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실제로 보고 느끼는 회복의 모습에도 여러 차원이 서로 겹쳐져 있다.
실제로 회복되는 모습은 물질계이다. 그 물질계는 꼭두각시와 같다.
물질계와 연결된 파동은 꼭두각시에 연결된 실과 같다.
순수한 정보와 감정으로 이루어진 차원은 실을 움직이는 사람과 같다
꼭두각시에 문제가 있으면 꼭두각시의 문제가 있는 부분을 도려내고 새로운 부품으로 바꾸려 한다.
하지만, 우리 몸 안에 회복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우리 몸에 지성이 있다.
사람은 먹고, 몸을 움직이고 감정을 품은 존재이다.
건강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음식과 자세와 감정이다.
회복을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한 가지 방법으로 충분한 회복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어느 한 사람이 음식만으로 회복하였다고 하여도 모든 사람이 음식만 바꾸어서 회복할 수 없다.
사람마다 약한 고리는 다르다.
음식이 약한 고리인 사람도 있지만, 정보 전달, 마음이 약한 고리인 사람이 있다.
약한 고리가 끊어질 뿐이다.
음식, 정보 전달, 마음 세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
우리 몸은 우리가 일부러 우리를 해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한 회복에 최선을 다한다.
회복 과정에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회복에 온 힘을 쏟는다.
어떻게 회복을 방해하지 않는지 살펴보자.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회복을 방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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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Real Happy Pill: Power Up Your Brain by Moving Your Body, Anders Hansen
상단 그림 : Rooms by the Sea, Edward H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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