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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연애 잘 못하는 사람이 해주는 연애 조언

by doctorpresent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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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잘 못하는 사람이 해주는 연애 조언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 하루종일 책읽기입니다.

좋아하는 여러 책들을 쌓아놓고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장 자신이 없는 것은 연애입니다.

저는 남자 형제만 있습니다.

남중, 남고를 나왔던 저는 여성분들이 어떤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릅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지금도 잘 모릅니다.)

 

여성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제가 어떻게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까지 했는지 신기합니다.

 

저는 한때 결혼하지 않고 살 생각도 했습니다.

결혼을 안 할지언정, 아무하고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여성들과 만나봐야 한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소설책에 나오는 누군가처럼,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내 반려자가 내 앞에 나타날 거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순진했었습니다.

 

대학생 때는 소개팅도 왠지 내키지 않았고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한 것 같습니다.

 

그러던 제가, 명함 크기만 한 메모장에 세 줄을 적은 후 어떤 일이 생겼습니다.

 

두통으로 휴학을 했을 때였습니다.

 

내가 만일, 결혼이라는 것을 한다면 나의 배우자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메모지에 다음과 같이 세 줄을 적었습니다.

1. 말을 지혜롭게 하는 여성

2. 나와 한 시간 동안은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여성

3. 아름다운 사람.

 

이 메모지를 지갑 속에 넣고 다녔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 세상의 무언가가 변했습니다.

 

두통이 있어서 휴학은 했지만 수개월 후에는 복학해서 국가고시도 봐야 했습니다.

휴학하면서 두통이 다 낫는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를 해 놓아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 안 가던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 여성이 있었고, 어느 날 우연히 서로 싸온 도시락을 함께 먹게 되었습니다.

누가 먼저 말을 걸었는지는 생각이 안 나네요.

몇 번 함께 점심 도시락을 먹으면서 저는 제가 메모지에 적은 그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나름 말을 조심스럽게,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서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저보다 더한 사람이었습니다.

한 시간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다섯 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는) 아름다웠습니다.

 

그 여성도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잠깐 나와서 공부 중이었습니다.

그녀와 만난 후 제 두통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두통으로 휴학하지 않았다면 못 만날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이 세 가지 장점은 한시적인 것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 이십 주년을 앞두고 있으나 여전히, 아내는 말을 예쁘게 하고 대화할 때마다 기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저와 같이 연애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반려자를 만났으니, 모두 자신의 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첫 번째 보다 더 중요한데, 여러 사람을 만난 후 그 사람들을 저울질하는 것보다는 소망하는 짝의 장점들을 미리 의식적으로 정해 놓으시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의 짝을 만나기 더 쉽고 그 사람이 왔을 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염려하지 마시고요.

지금까지 연애 잘 못하는 사람이 해주는 연애 조언이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교보문고에 <꽃피움>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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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움 | 이상욱 - 교보문고

꽃피움 | 한 내과의사의 15년간의 탐구이며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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