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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글의 매력

by doctorpresent 2021.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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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들을 기록하기 위해 <단상>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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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상보다 글이 더 좋다.
영화보다 책이 더 좋다.


책을 읽으면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흰 바탕에 까만 글씨들을 읽기만 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영화관에 불이 켜진다.
하얀 종이 위해 쓰인 흑색 글자들이 눈을 통해 스며들면 머릿속에서 잠들어 있던 영화관에 전원이 들어온다. 영사기는 스크린에 영화를 비춘다. 


나무와 집과 사람들의 오색찬란한 색깔이 보인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와 새소리는 선명하다.

인물들의 동작은 자연스럽다.

풍경 안에 들어가 익숙한 향을 맡고 느낀다. 


외부 영화관과 다르게,  같은 글을 읽은 다른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만의 영화를 상영한다.

열명이면 열명 똑같은 영화는 하나도 없다. 조금씩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장면에서 비슷한 감동과 감정을 느끼게 되고 유사한 호르몬이 나온다.


글 속에서 보이는 인물들은 진짜이다. 겉뿐만이 아니라 속까지 진짜이다.
악당은 정말 악당이다. 분장한 것도 아니요, 그 장면을 위해서 대본을 외우고 동작을 연습해서 보이는 모습이 아닌 정말 그 악당이다. 영웅은 정말 영웅이다.
그 찰나의 모습뿐 아니라 그 모습에 녹아있는 과거도 진짜이다. 악당은 어린 시절부터 악당의 어린 시절이고 영웅은 어린 시절부터 영웅의 어린 시절을 살았다. 

평범하게 살다가 배역이 결정되어 잠깐 이 장면을 위해 악당역을 하고 영웅역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소설이 끝난 후 커튼 뒤에서 얼싸안고 회식을 하는 사이가 아닐 것이다.
악당과 영웅은 소설의 마지막 장 이후에도 각자의 삶을 계속 살아갈 것 같다.

책은 각자에게 진짜 영화를 보여 줄 뿐 아니라 시(詩)도 선물을 한다.
책 속에 마음에 남는 한 두 문장은 마치 시(詩)와 같아서 계속 되뇌게 된다.
그 문장은 마법의 비밀 열쇠와 같아서 그 문장을 읽기만 하면 그때 그 장소로 옮겨간다. 

글은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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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그림 : Miss Auras The Red Book, Sir John La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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