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우는 삶이란 지금 여기에 존재하면서 가슴에 감사가 가득 차 있으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상태로 매 순간 몰입하여 사는 삶이다.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어 의식적으로 사는 삶이며 의도하지만 집착하지 않는 삶이다.
꽃을 만드는 삶은 척하는 삶이다. 소망을 이루기 위해 겉모습을 바꾸려고 애쓰는 삶이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환경을 자신이 바라는 그림처럼 보이기 위해 수고하는 삶이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 사랑스러운 사람인 척하는 것은 꽃을 만드는 삶이다. 내면의 평화가 목표인 사람이, 평화로운 사람을 관찰하여 평화스러운 표정을 짓고 평화로운 사람이 걷듯이 흉내 내는 것도 꽃을 만드는 삶이다. 사람들은 그를 평화로운 사람으로 보겠지만 그의 내면은 분노와 두려움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자상한 사람과 만나는 것이 소망인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을 자상한 사람으로 바꾸려고 애쓰는 것은 꽃을 만드는 삶이다. 설득과 회유와 통제로 상대방은 자상한 척하겠지만 메마른 자상함이며 포장된 자상함이다. 반발심과 숨은 분노가 쌓이다가 결국 관계는 끝난다. 풍요로움을 경험하고자 옷과 집과 자동차를 부자처럼 갖추어도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는 없다. 그는 세상이 풍요로운 곳이라고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재산을 잃을지 몰라 집착하고 불안해할 것이다. 꽃을 만드는 삶은 척하는 삶이다. 부자인 척, 행복한 척, 성공한 척, 아무 문제가 없는 척한다. 많은 사람들이 꽃을 만드는 삶이야말로 노력하는 삶이며 올바르며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꾸미는 노력, 척하는 노력을 할수록 열심히 산다고 생각한다. 꽃을 만드는 삶은 수고하는 삶이며 피로한 삶이다. 꽃을 만드는 삶은 실패를 해도 문제이고 성공을 해도 문제이다. 실패하면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욱 열심히 척하기를 한다. 소망하는 삶의 반대되는 생각, 감정, 외부 변화를 억누르거나, 무시하거나 통제하려고 애쓴다. 이 과정은 모든 에너지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된다. 혹은 감당하기 어려운 병에 걸리거나 큰 사고가 생겨야 멈춘다. 척하는 삶이 성공해도 문제이다. 척하기가 잘되어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성공은 꽃피워진 것이 아니라 힘들게 만들어진 성공이라서, 그 성공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집착하게 된다. 그 성공은 거짓이기에 유지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가 다하면 힘들게 칠한 색은 벗겨지고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이 드러난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도 내면의 공허감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자신이 꽃임을 알아봐 주는 사람 없이 혼자 있는 시간에는 생기를 잃고 우울해한다. 자신은 그 꽃이 가짜임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억지 일 꾸미지 않을 때만 가능합니다.
아직도 억지 일을 꾸미면
세상을 다스리기엔 족하지 못합니다.
- 노자 제48장 도덕경
꽃을 만드는 삶은 노자가 말하는 억지 일을 꾸미는 삶이다. 세상은 지금 여기에서 꽃피우는 방식으로 작동하기에 억지 일을 꾸미는 방법으로는 삶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미 심어진 씨앗에 담긴 설계도, 그림에 맞추어 숨겨진 힘이 풀려나온다. 콩을 심어 놓고 콩을 바라지 않는다면 비극이다. 땅을 뚫고 나오는 콩의 새싹을 장미처럼 보이도록 꾸미고 콩의 꽃을 장미처럼 꾸민다고 장미로 변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마음의 가장 내밀한 곳에 씨앗을 뿌린다. 그 씨앗들은 조건이 맞으면 발아하고 자란다. 싹과 꽃과 열매가 바라던 것이 아니라면 새로 씨앗을 뿌려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른 꽃으로 치장을 한다.
꽃을 피우는 삶은 겉과 속이 모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삶이며 매 순간이 기쁘면서도 고맙고 평화스러운 삶이다. 꽃을 피우는 삶은 시간의 흐름 밖에 있다. 이야기를 재잘거리는 마음 밖에 있다. 억지로 꾸미는 일이 없으며 남에게 보일 일도 없어서 아무도 모르게 피어나는 일이 많다. 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은 꽃을 피워 내려는 의도가 없다. 매 순간 순수하게 알아차리고 감사하고 사랑할 뿐이다. 관람객이 가득 찬 무대에서 꽃이 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떤 이가 성공했다고 했을 때, 그가 얻는 부와 지위, 사랑은 꽃을 만들기를 통해 얻었을 수도 있고 꽃피움을 통해 얻었을 수도 있다. 꽃을 만들기를 통해 자신이 바라던 성공을 얻었다면,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성공을 확인하는 순간 내면의 갈등이 끝이 나고 거침이 없으며 미래가 명징 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또 다른 통제할 거리를 잔뜩 안게 된다. 그때서야 자신이 만든 삶이 가짜 꽃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동안 가짜 꽃을 만들면서 성공을 향해 다가갔던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피워냈다고 믿었던 삶이 꾸며진 것을 알고 허탈해한다. 진정 꽃을 피워내어 성공했던 사람도 성공한 순간 위험에 처한다. 자신이 이루어냈던 성공을 유지하고 지키려는 순간 재난이 시작된다. 그는 지금까지 성공한 비결이 꽃피우는 삶을 살았던 덕분임을 잊어버리고 이루어놓은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꽃을 만드려 한다. 가장 화려하고 가장 높은 곳에 올랐던 그 순간을 영원히 가져가기 위해 애쓴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찬란했던 순간처럼 꾸민다. 그 순간 자신을 꽃피게 했던 마법은 사라지고 꽃은 빠르게 시들어버린다. 이런 경우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꽃피움이 자신 혼자 한 것이 아님을 안다면 겸손해질 것이다. 매 순간 더 높은 힘에 감사하고 내맡긴다면, 그리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꽃피운 후에 다시 꽃이 피고 그다음 날 또 꽃이 필 것이다.
반대로 삶이 추락했다고 여기고 더 갈 때가 없을 때, 더 이상 삶을 꾸미는 것을 체념 했을 때 꽃이 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 순간을 피할 수 없고 자신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닫고, 개선하려는 어떤 시도도 체념하고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내면에서 새로운 동력이 켜지고 지금까지와 다른 힘의 흐름이 생긴다.
(중략)
그녀는 기쁨을 일으킬 만한 어떤 조건도 없이 꽃피움을 이루어 내었다. 충분한 부와 경제적 지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없이도 꽃을 피워내었다. 즉, 꽃피우는 삶은 경제적인 여건과 지위와 관계없다. 지식의 정도와도 관계없다. 당신이 어느 인종이며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고 어떤 가문에서 태어났는지 관계없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관계없으며 나이가 몇인지 관계없다. 어린이들도 꽃을 피우며 오늘 저녁에 숨을 거둘 사람도 오늘 아침에 꽃을 피울 수 있다. 꽃피움은 외부가 아닌 내면의 상태와 관계있다. 꽃을 만드는 삶을 그만두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온전히 감사하고 사랑하는 순간 변화가 일어난다. 꽃피움은 현재의 건강상태와도 관계가 없다. 건강은 꽃피움의 결과이지 조건이 아니다. 죽음 직전까지 갔던 사람이 꽃피움을 통해서 건강을 회복한 예가 있다.
(중략)
꽃피우는 삶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꽃피움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감정은 평온하다. 중심이 잘 잡혀있으며 고요하다. 평온한 마음은 외부조건과 관계없다. 머릿속 대화에 빠져들며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다. 반복되는 이야기와 비(非)사랑 감정[3]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바로 알아차리고 감싸 안아서 곧 사랑으로 바꾸어 놓곤 한다. 자신에 대한 집착이 없어서 비워진 상태를 유지한다. 인식이 확장되어 평범한 일상이 생동감 있게 보인다. 이름 모를 꽃잎이 생생하게 반짝이며, 작은 새의 울음소리가 청명하게 들린다. 힘들이지 않고 일을 한다. 통제하면서 일을 하기보다 물 흐르듯이 일을 한다. 하늘이 도와주려는 듯 여러 가지 우연한 행운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부처님이 모여 있는 대중 앞에서 설법을 하시려다 말씀을 하시지 않고 연꽃을 한 송이 들어 보이셨다. 부처님 말씀을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던 대중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유독 가섭이 홀로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염화미소(拈華微笑, Flower Sermon)
꽃이 피면 사람들은 보기 좋다고 감탄하지만 꽃 속에 겹쳐 있는 노래와 그림과 춤을 알아보는 이는 미소를 짓는다. 노래와 그림과 춤이 꽃피움으로 들어가는 세 가지 문이다. 꽃은 현존한 상태에서 피게 되며 그것을 알아보는 이도 지금 여기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현존이란 무엇인가?

* 비(非)사랑 감정 : 사랑이 아닌 감정, 부정적인 감정과 유사하다. 두려움, 분노, 수치심, 죄책감, 질투, 슬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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