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운 사람들은 평화롭고 마음은 고요하고 애써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그의 혹은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그를 모방하려고 합니다. 그를 따라서 비슷하게 하면 그와 같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를 관찰하면 평화롭게 보입니다. 그의 마음은 고요하다고 합니다. 이 순간과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무위를 이해하고 물처럼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처럼, 마음을 평화롭게 하려고 애씁니다. 평화롭게 걷고 평화롭게 말하고 미소 지으려 합니다. 이 순간과 하나가 된 처럼 느끼려 합니다. 마음의 생각을 모두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무념이 되려고 합니다. 무위의 삶을 살고자 집착하지 않은 것처럼 살려합니다.
제 삶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이 모든 노력은 꽃을 만드는 삶입니다. 이 모든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빗나갑니다.
그는 내면에서 알아차림과 감사 사랑으로 이를 이루어내었습니다. 그의 내면을 따라해야 합니다. 결과를 따라 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은 세 차원이 있습니다.
노래하는 차원, 그림그리는 차원, 춤추는 차원이 있습니다. 13년 전에 썼던 방, 문, 열쇠도 세 차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세 차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많은 오해가 생깁니다.
노자의 무위는 무엇일까요?
행함이 없는 함은 무엇일까요?
무위는 상상만 하고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그리는 행위는 하지 말고 춤을 추라는 의미입니다. 상상을 통해 그림을 그린 후 춤을 추어야 합니다. 매 순간 변화하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현존과 그때 그때 보조를 맞추어 춤을 추면 자신도 현존과 함께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따라서 현존 밖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춤추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흐르는 물과 같은 리듬으로 흘러가는 사람은 흐름이 느껴지지 않고 무중력 상태처럼 느껴집니다. 흐르는 물속에서 가만히 서 있으려 하면 흐름이 느껴집니다. 저항이 느껴집니다. 이 순간과 춤추는 사람은 애쓰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삶이 진정한 무위의 삶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매 순간 깨어서 천사를 알아보고 천사와 춤추는 사람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년에 썼습니다. 혼란스럽고 힘들 때마다 읽는 글입니다. 제가 쓴 글 중 가장 아끼는 글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가게에는 없는 음식이 없지만 입장하고 주문하는 방법이 여느 가게와 다릅니다. 돈은 필요 없으나 세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가게에 들어가려면 자신이 아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한 곡 해야 합니다. 나는 배가 고파서 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조용히, 하지만 정성껏 불렀습니다. 웨이터는 흡족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를 가게 안으로 들이고 테이블로 안내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독특한 방법으로 주문을 해야 합니다. 냅킨과 색연필들을 주었습니다. 웨이터에게 음식 이름을 말해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냅킨에 색연필로 주문하려는 음식을 그려야 합니다. 주방장이 알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세세하게 그려야 합니다. 냅킨이 얇아서 조금만 대충 힘을 주면 냅킨은 찢어지지요. 그림을 다 그리면 냅킨을 웨이터에게 주면 됩니다. 웨이터는 냅킨을 주방장에게 건네줍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정하고는 냅킨에 정성껏 조심스럽게 그렸습니다. 되도록 세세하게 그렸고 먹음직스럽게 그렸으며 색연필로 색도 칠했습니다. 웨이터는 내가 냅킨에 그린 그림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주방장에게 건네주러 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도 주방장의 얼굴을 본 적은 없습니다. 매번 음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주방장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주방장이 만든 음식을 받으려면 세 번째 할 일을 해야 하는데 웨이터가 소개해 주는 한 사람과 춤을 추면 됩니다. 웨이터는 한 사람을 내게 데려왔는데 남루한 옷을 입고 있는 할머니였습니다. 얼굴과 손은 주름이 자글자글하였습니다. 나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어여쁜 여인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기대를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처음 약속을 기억하고 할머니가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할머니는 내 눈을 보더니, 살짝 웃는 듯 마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발을 옮겼습니다. 나는 춤 역시 잘 못 추지만 할머니를 따라서 발을 옮겼습니다. 그제야 할머니는 다른 손으로 내 어깨를 잡더니, 천천히 춤을 이끌었습니다. 나는 그저 그녀가 이끄는 대로 춤을 추었습니다. 어느새 춤의 속도는 빨라지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 고요해지기도 했습니다. 나는 잠시 음식도 잊고 나 자신도 잊었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할머니는 미소 짓고 있었고 내 눈을 또 한 번 바라보고는 웨이터와 함께 주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느새 나의 테이블에는 내가 주문한 음식이 놓여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게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게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고 막무가내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뭐가 불안한지 슬프고 어두운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결국 가게 안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가게에 들어온 어떤 사람은 웨이터에게 무례하게 음식을 가져오라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간절하게 음식을 달라고 사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 웨이터는 아무것도 못 들은 듯이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냅킨에 그림을 그리지만, 이내 다른 그림을 그리고 또 다른 그림을 그립니다. 냅킨이 너무 부드럽고 얇아서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들 역시 음식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한 여성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들어와 냅킨도 건네고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웨이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웨이터가 데리고 온 사람은 발을 저는 작은 사내였습니다. 그 여성은 망설이며 웨이터와 그 작은 사내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결국 한숨을 쉬면서 식당을 나갔습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 가게의 주문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방법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음식이 나오지 않자 너무나 화가 났는지 메뉴판과 테이블로 음식을 만드려고 했습니다. 메뉴판을 가위로 오리고 테이블을 톱으로 자르고 있었습니다. "겨우 성공을 해서 음식 모양이 나오더라고 그건 음식이 아니잖아요! " 하고 나는 소리쳤지만 그 사람은 내 말을 듣고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보았습니다. 한 남자는 음식을 주문을 해 놓고도 음식이 나오지 않을까 봐 테이블 위에 엎드려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한 여자는 춤도 추지 않고 식당에서 나오는 텔레비전만 하염없이 보고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잠깐 주위를 돌아보다가 내 자리에 앉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정독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직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깨달은 사람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 글이 어떤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어떤 충동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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