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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움에 대한 글들

18. 안경

by doctorpresent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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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매직아이를 처음 보았습니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림 너머의 먼 곳에 초점을 맞추니 기하하적인 무늬 위에 꽃이 도드라져 보여 참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그림을 보지만, 한사람은 기하학적인 무늬만 보고 다른 한 사람은 꽃을 봅니다.

꽃을 찾아서 방황하지만 꽃은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습니다.

초점을 어디에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깨달은 스님이 깨달은 후 이전과 똑같이 빨래를 하고 밥을 짓습니다.

같은 행동을 하지만 이전과 이후는 다릅니다.

이전에 없던 안경을 쓰고 빨래를 하고 밥을 짓습니다.

책에서 훌륭한 방법을 많이 알게 되었지만, 내일이면 또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책은 훌륭한 지도를 주었지만, 내 삶에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도를 보는 것과 실제로 여행하는 것은 다릅니다.

지도와 영토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지도를 모으는 것을 좋아합니다.

더 좋은 지도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더 새로운 지도를 찿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여행을 가지는 않습니다.

방에는 지도들이 많이 쌓여 있지만 방 밖을 나가면 이전처럼 갔던 길을 같은 걸음으로 갑니다.

새로운 길을 새로운 걸음으로 가지 않습니다.

지도가 중요하지만 실제 삶에서도 그 지도에 있었던 길이 보여야 합니다.

지도에 있었던 표지판이 보여야 합니다.

이는 마치 매직아이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초점을 달리해서 봐야 합니다.

초점을 달리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보아도 꽃은 보이지 않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노래도 그림도 춤도 보이지 않습니다.

항상 곁에 있는 신도, 천사도, 징조도, 도움도 보이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삶을 살 때는 나의 문제는 책에 있는 경우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만은 책대로가 아니라 내 식대로, 원래 하던 대로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도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안경을 찾는 것도 필요합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꽃피우는 삶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꽃 피우는 삶을 알게 된 것과 꽃 피우는 삶을 실제 사는 것은 다릅니다.

꽃 피우는 삶이 뜻대로 안 될 수 있습니다.

마치 글로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글을 여러번 읽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지만, 한동안은 자전거를 탈 때마다 넘어질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때 자전거를 포기합니다. 꽃 피우는 삶을 포기합니다.

자전거는 애초에 사람이 탈 물건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연습하면 어느새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꽃 피우는 삶은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연습하면 어느새 꽃을 피워냅니다.

환자분 중에 한 분은 중년 여성분으로 가끔 감기로 오십니다.

이분의 남편분은 오래전부터 식물인간으로 의식 없이 집에 누워만 계십니다.

남편분은 기관절개를 한 상태이고 하루 종일 집에서 아내분이 돌봐주어야 합니다.

남편분이 한번은 들것에 실려 저희 병원에 오신 적이 있습니다.

욕창 부위를 소독해드렸습니다. 참 간호를 잘 받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누워만 계시기에 여기저기에 문제가 생겨 아내분이 저에게 상담을 하러 오시곤 합니다.

혼자서 남편분도 돌봐야 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오실 때마다 너무나 환한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든든한 남편과 풍족한 삶을 사는 전업주부로 생각할 것 같습니다.

오실 때마다 기쁘고 환한 모습으로 남편의 근황을 전합니다.

지난번 남편의 욕창은 많이 좋아졌는데 가래가 좀 늘었다고 합니다.

또 오늘은 고구마를 캐느라 자신의 어깨가 좀 아프다고 하십니다.

환자분들을 포함해서 제 주변 모든 분들 중에 그 여성분이 가장 행복해 보입니다.

어느 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여쭈어봤습니다.

" 남편분 간호하시고 생계를 꾸리시는 것이 힘드실 텐데 항상 밝아 보이세요.

무슨 비결이 있으세요?"

그 분은 환하게 웃으시면서, 조금 쑥스러워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오늘만 살아서 그런가봐요."

그 말을 종교적인 의미나, 철학적인 의미로 하신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소박하신 분이고 책을 많이 읽는 분이 아니고 종교가 있는 분도 아닙니다.

억지 미소도 아니고 행복한 삶을 사는 척을 하시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매일매일을 정말로 진짜 삶을 살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제가 그 분보다 책은 더 많이 읽었고 지도는 더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그분은 정말로 '안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매일 삶에서 '기쁨'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안경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안경은 지식으로 얻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직접 지도를 들고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헤맬 각오를 해야 합니다.

조금 더 풀어내었습니다. https://theartofblossoming.tistory.com/22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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